2008년 6월 서남 아시아 인도를 사진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할 때, 개발 도상 국가의 많은 사람들은 일생을 살면서 자신의 사진을 한 장도 갖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 50여 컷을 추가로 준비했고 그들의 초상 사진을 촬영해 나누어 주었다. 촬영 당시 현지에서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고, 한 장소에서 수십 명이 나에게 사진촬영을 부탁하여 난감한 상황도 발생했었다. 이때 나는 사진을 통해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넘어 나눔이 가능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진을 통해 상호간에 소통이 가능하다는 건 서로에게 흥미있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었다고 느꼈다.
2009년, 개발 도상국에서의 폴라로이드를 이용해 사진을 나누었던 행위를 한국에서 재개하려했다. 한국은 현재 자신의 사진이 없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고, 자신의 얼굴이 담긴 사진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재촬영 할 수 있을 만큼 흔한 것이 사진이다. 하지만 확대되어져 액자에 담겨 있는 사진을 갖고 있는 사람 또한 드물다. 그래서 좀더 개개인별 소통에 중점을 둔 의미있는 사진을 확대인화하여 액자에 담아 제공하기로 마음 먹었다.
최초의 “갖고 싶은 사진”의 컨셉은 새로운 개념의 영정사진이었다. 기존의 영정 사진이 무거운 이야기, 죽음을 위한 것이라면 “갖고 싶은 사진”은 현재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스스로 지각하는 것과, 그것이 죽음 이후의 시간까지 남겨져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얼핏보면 기존의 영정사진과 별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그 특유의 무거움이 제거되고, 모델 스스로 좀더 진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렇게 시작한 “갖고 싶은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조언과 작업 중에 얻은 아이디어들을 정리해서 좀더 확고한 프로젝트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영화 "김씨 표류기"는 사회적 박탈, 경제적 궁핍, 외모 컴플렉스, 연애의 실패 등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법한 일들로 인한 '표류(소외)', 즉 혼자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혼자됨은 필연적으로 '소통의 단절'을 불러온다.
예술 작품에서 작가와 감상자의 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의 예술 작품은 일방적이고 일회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그래서 작가와 감상자 간에 필연적으로 '소통의 단절'이 생겨나고 있다. "갖고 싶은 사진"은 이러한 소통의 소외 현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사진은 현실의 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이미지로 표현하여 기록하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사진가는 이런 과정들을 형식적으로 완성시키는 사람이다. "갖고 싶은 사진"의 촬영 방법으로 일단 사진가는 모델을 촬영하고, 이후에 모델은 촬영 된 사진을 들고 재촬영에 임한다. 이렇게 2장을 촬영하는 목적은 다음과 같다. 사진가는 모델을 향한 주관적 생각을, 모델은 무의식 속에 가지고 있던 내면의 모습을 왼쪽 사진처럼 촬영한다. 오른쪽 사진을 통해 모델은 액자를 통한 1차적인 감상을, 사진가는 모델의 반응을 통한 실제적인 감상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사진가와 모델 모두 작품에 대한 표현과 감상을 동시에 하는 것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결정적으로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카메라의 렌즈가 제3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제3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사진은 모호성의 특징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사진가와 모델에게 각각의 의미를 만들어 준다. 이것은 물리적인 소통인 동시에 정신적인 소통이다. 더욱 더 유기적인 소통을 위해 '인간 중심 상담론'의 형식을 인용해서 체계적으로 모델과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인간 중심 상담론'의 주된 틀은 솔직한 태도, 인간적 존중 및 공감적 이해로써 신뢰롭고 허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인간 관계를 통해 내담자의 변화와 성장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사진가와 모델이 한장의 사진(왼쪽)에 더욱 깊이있게 젖어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다.
일 대 일의 관계, 일회적이지 않은 만남을 통해 단 한 명만을 위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갖고 싶은 '사진'"은 결국 "갖고 싶은 '자신'"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이 작업의 궁극적 목적이다.
raison d`etre 존재의 이유.
‘신은 왜 나를 창조하였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사진을 통해서 나왔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당신이 창조한 만물을 이미지로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고 그것을 모두와 나눌 수 있는 자유를 주셨다. 또한 하나님의 복음을 전달하기 위하여 세상에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모든게 정말일까? 나로부터 시작된 존재의 이유가 정말 하나님의 계획인지 확인하기 원했고, 그것은 너무나 강력해서 꼭 해야만 한다고 느끼고 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Environmental Portrait 는 대상자의 일반적인 환경, 그들의 가정이나 직장과 같은 장소를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피사체의 삶과 주변의 조명을 사용해 촬영을 한다. 그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환경에서 사람을 촬영함으로써, 좀 더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신체적 또는 환경적 특징이 잘 드러남으로 촬영자는 더욱 쉽게 몰입하여 대상자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촬영법을 활용하여, 인간 중심 상담론을 바탕으로 촬영을 진행 할 수 있었다.
인간 중심 상담론은 칼 로저스가 창안한 것으로 처음에는 비지시적 상담(1940)으로 불리다 후에 내담자 중심(1951)으로, 그리고 최근에 인간중심(1974) 상담으로 개칭되었다. 인간중심 상담론의 주된 틀은 상담자가 솔직한 태도, 인간적 존중 및 공감적 이해의 태도를 내담자에게 전달하여 신뢰롭고 허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인간 관계를 통해 내담자의 변화와 성장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인간 중심 상담 과정의 특징적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내담자가 도움을 받으러 온다.
2) 도움을 주는 상황, 즉 상담 상황이 규정된다.
3) 상담자는 문제에 관한 감정을 자유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내담자를 격려한다.
4) 상담자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수용하고, 인정하고, 명확히 한다.
5) 내담자의 부정적인 감정이 완전히 표현되면 뒤이어 성장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충동이 다소 시험적으로 약하게 표현된다
6) 상담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수용하고 인정한 것처럼, 긍정적으로 표현되는 감정도 수용하고 인정한다.
7) 통찰, 즉 자신에 대한 이해와 수용은 전체 상담 과정 중 이 단계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측면이다.
8) 가능한 선택과 행동 방향을 명확히 해 주는 과정이 통찰의 과정과 혼재되어 나타난다.
9) 약하기는 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적극적인 행위가 개시된다.
10) 자신에 대해 더 완전하고 정확한 이해를 한다.
11) 내담자는 더욱더 통합된 적극적인 행동을 한다.
12) 내담자는 도움을 받을 필요가 점차로 없어진다고 느끼게 되고 상담 관계를 끝내야겠다고 인식하게 된다.
위의 과정들을 접목시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촬영하였다.
최초 만남 → 대화 → 전이 → 촬영(제3의 시선) → 사진을 통해 상담자가 내담자의 상황을 인식함 → 사진제공(내담자 스스로의 통찰) → 재촬영(사진으로 나눔을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