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YN | 홀린

제목: 부산, 서점 나들이
분류: 책공간
이름: 이재복 * http://holyn.net


등록일: 2013-04-21 22:38
조회수: 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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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향했다.

첫번째로 영광도서라는 곳이 궁금했고
두번째로 수도권이 아닌, 최고규모의 지방도시 속 서점이 어떨지 궁금했다.

우리문고의 미래를 찾아 떠났던 이번 나들이에서 대단한 두가지를 발견했다.
여전히 서점의 생명은 컨텐츠에 있다는 것이고, 전통적인 책 판매방식은 이제 완전히 구식이 되어버렸다는 것.



첫번째 서점 나들이, 책과 아이들



사전조사를 많이 하지 않았던 턱에 별 기대없이 방문했던 서점. 황홀했던 경험임엔 틀림없지만 아직까지 고민해봐도 이게 서점인지 도서관인지 어린이집인지 헷갈린다.

그럼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주인의 안목과 여유는 여느 서점에 비할바가 아니었고,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문화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개방해주는 배려감은 최고수준이었다. 어린이 서점답게 관련책들이 많았고, 다양한 도서 진열방법, 세부카테고리의 친절함 또한 기본으로 잘 되어 있었다. 학교와 유치원의 다양한 구성원을 초대하여 소화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좋았고, 그들이 서점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두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강당, 세미나공간, 갤러리, 소그룹모임, 컴퓨터방, 비디오룸, 키친, 정원, 동물사육 등 서점인지 어린이집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서점이라하면 보통 서가공간을 확보하고 책을 정리하기 바쁜데 주인의 안목에서 시작된 문화적 여유라고 생각해본다.

넓다란 정원과 아기자기한 나무들, 그리고 토끼 등 동물의 모습까지. 여러모로 대단한것이 많아 할말을 잃을 정도의 서점이었다.

두번째로 찾은 곳은 영광도서.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지방서점. 여러곳에서 거론되어온 서점의 이름, 바로 영광도서이다. 보통 규모가 있다는 서점들은 “문고”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하는데 “도서”라는 간판을 사용했다. 도서 종수를 가장 중요시 하는 서점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10-20년 전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의 인테리어, 너무 복잡한 내부 구조 등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이 앞섰다. 서점은 수만가지 책을 다 보유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여실없이 보여주는 서점으로 종의 확보로 고객만족을 실현하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판단이라는 것에 확신을 갖게해주었다. 사실 사고 싶은 책이 분명하다면 굳이 서점에 갈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 대형서점과 지방서점에 있어서 서점의 역할에 대해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해주었다. 그럼에도 이 서점의 상징성은 분명하고, 아직까지 문을 닫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세번째로 찾은곳, 알라딘 중고서점 (서면)



영광도서를 둘러보고 근처의 알라딘 중고서점을 찾았다.
문을 연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넓었던 영광도서보다 눈에 보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보여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책을 더욱 쾌적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 가격적 메리트와 희소성을 갖춘 컨텐츠… 책에 대한 높은 이해와 시대의 변화를 잘 반영한 똑 떨어지는듯한 수트와 같은 멋진 구성의 공간이었다. 꼭 중고책이 아니더라도 오프라인 서점은 어떤식으로 발전해야하는지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마지막 나들이, 보수동 헌책방골목



중고서점을 둘러본 후, 여운이 가시지 않아 조금 더 다양한 중고서점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보수동 헌책방골목를 찾아가며 몇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꽤 유명한 관광명소로 변신한 것 같았는데, 괜찮은 책들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을까?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진책은 몇권이나 있을까?

헌책방골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비슷한 느낌의 헌책방이 작은 골목사이로 배치되어 있었는데.. 아쉽게도 특별해보이는 서점이 없었다. 한 서점에서 사진책을 골라 가격을 여쭈었는데 7만원, 가격을 듣고 조금 놀랐다. 헌책방하면 책값이 저렴한 곳을 떠올리곤 하는데, 컨텐츠의 희소성 등 가치가 반영된 가격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곳의 책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보다는 하나의 볼거리로 소품화 되어간다는 느낌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는데, 도난 및 책이 상하는 문제는 있지만 서점 주인들의 책에 대한 경계가 조금 심한건 아닌가 싶었다.

서점은 더이상 종으로 승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떠났던 이번 나들이, 변화하는 대안으로 어린이서점과 중고서점을 떠올리며 몇몇 서점을 찾았다. 책을 하나의 컨텐츠로 바라볼지 종이뭉치로 바라볼지가 여전히 중요한 문제였고, 어떤식으로든 강력한 방문의 이유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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